판례

난 직업이 바뀌지 않았어, 미리 얘기 못 한건 미안해... 3년 이라는 시간동안 용서 받았잖아(대법원 고지 통지 의무 경합 판례)

손해사정사 미스터덕 2024. 10. 30. 17:3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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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험에 가입할 때, 내가 해야 할 일 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입니다. 그런데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, 그리고 이를 어겼을 때 보험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.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고지의무와 통지의무가 무엇인지, 그 위반에 따른 결과를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.

1.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란?
보험에 가입할 때는 나의 건강 상태나 직업처럼 사고 발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합니다. 이것이 고지의무입니다. 만약, 이 정보를 숨기거나 거짓으로 알리면,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, 그리고 보험 계약일로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. (3년 안에 들키면 보험금 안 주고 계약 자른다는 내용입니다. ) 즉, 내가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위험한 직업인데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다면, 3년 이내에 그 사실이 밝혀지면 보험사가 보험을 자르고  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3년이 지나면 죽었다 깨어나도 문제 삼지 못합니다.

통지의무는 조금 다릅니다. 보험에 가입한 이후에, 내가 큰 사고 위험에 처하게 되거나, 직업이 바뀌는 등 새로운 변화가 생기면 그 사실을 보험사에 즉시 알려야 합니다. 예를 들어, 내가 사무직으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면, 이런 변경 사항을 보험사에 통지해야 합니다. 왜냐하면 일하다 다칠 가능성이 사무직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료를 더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. 보험회사도 장사꾼이기에 다칠 가능성이 낮으면 보험료 덜 받고 반대로 높으면 더 받는 것이죠. 이를 어기면,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자르고,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.

2. 사건의 배경
이 판례에서 다룬 사건은 보험에 가입할 때 직업을 사무직으로 고지했지만, 실제로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피보험자의 경우입니다. (고지의무 위반이 확실하죠.) 피보험자는 보험 계약을 맺은 후에도 직업이 바뀌지 않았으니 보험사에 따로 알리지 않았습니다. 이 부분에서 전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습니다. 그러던 중 피보험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하자, 상속인들은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.
그러나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를 모두 어겼다고 주장하며,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습니다(대법원-2024다 219766). 분명히 보험 가입 후 직업이 바뀌지 않았는데 바뀐 거라고 억지를 부린 겁니다. 왜냐하면 이미 보험가입 한지가 3년이 지났으니까 고지의무 위반으로는 계약을 자를 수 없기에 떼를 쓰는 겁니다.

3. 고지의무와 통지의무가 경합할 때
이 사건에서 보험사는 두 가지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 했습니다. 첫째, 피보험자가 직업에 대해 거짓으로 고지한 고지의무 위반. 둘째, 계약 후에도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통지의무 위반. 하지만 대법원은 이 두 의무가 서로 부딪칠  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. 즉 각각 따로 판단할 문제지 서로 관련 없다 한 것이죠.

4. 대법원 판단
대법원은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, 계약 이후 직업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통지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. 즉,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, 그 이후에 직업에 변화가 없었다면 통지의무를 이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.
가입할 때 직업 속인 건 맞는데 3년 지났으니(제척기간 경과) '퉁'치고 보험회사가 주장하는 통지의무 위반도 주장할 수 없다. 그러고 보험금 전액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.

어떻게 해서든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보험회사의 태도가 엿보이는 중요한 판례입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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